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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
나목일기(裸木日記)
살점을 떼어내는
한밤의 설풍(雪風)에
내가 앓고 있다.
이 목마른 줄기를 축여 줄
고운 손길은 없는가
낯익은 사계(四季)와의 이별에
해마다 뻗어가는
의지(意志)의 뿌리
하늘로 치솟는 고독을
땅 깊이 묻고
황량한 어둠의 들판에 빈 손을 들어
수신인(受信人)없는 편지를 쓴다
말로는 풀지 못할
끝없는 사유(思惟)에
잠 못 드는 겨울
얼어붙은 심장에 불씨를 당길
산새 같은 마음의
친구를 기다린다 <내 혼에 불을 놓아 >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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