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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
깨어 사는 고독
외출했다 돌아온 나의 빈 방에
흰 무명옷을 빨아 입은 정갈한 모습
말없이 나를 기다려 준 고운 눈매의 너
손짓하지 않아도 밤낮 내 방을 지키며 깨어 사는 손님인가
천정에도 벽에도 문에도 숨어있다 가슴으로 파고드네
죽고 나면 또 어느 누가 이 나무 침대 위에 쉬게 될까?
지금은 내가 이 자리에 누워 너를 만난다.
들을수록 정다운 카랑카랑한 목소리 뽑아 네가 노래를 하면
나의 방은 신기한 바닷 속 궁전이 된다.
지느러미 하늘대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나는 짜디짠 밤의 물을 마신다.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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