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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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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4. <과노긔이야기85/드림>중에서
사자와 성인
5세기 무렵 예로니무스는 소수의 수도승들과 함께 베들레헴의 한 수도원에 살았다.
하루는 수도승들이 저녁 기도를 마치고 예배당을 나서는데 사자 한 머리가 수도원 뜰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겁에 질려 달아났지만, 예로니무스만은 태연하게 서서 사자를 바라보았다. 사자가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이윽고 그의 앞에 걸음을 멈춘 백수의 왕이 입을 크게 벌렸다.
예로니무스가 사자 입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커다란 나무 조각이 목젖 부근에 가시처럼 깊숙이 박혀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얼른 두 손으로 나무 조각을 뽑고 상처를 씻어주었다.
수도승들은 사자가 얼른 떠나주기를 바랐지만, 사자는 그들의 기대와 달리 예로니무스의 오두막 안에서 잠들어 버렸다. 이튿날에도 사자는 수도원을 떠날 마음이 없다는 듯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고, 수도승들은 겁이 나서 몸을 사려야 했다.
하루는 사자의 상처가 잘 아물었음을 확인한 늙은 예로니무스가 수도승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그들 앞에서 사자에게 말했다. “이 수도원에서는 아무도 게으르게 빈둥거리며 살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몫의 일을 해야 하거든. 그러니 너도 이제부터 일을 하여라. 네가 할 일은 늙은 수도승이 당나귀를 데리고 숲에 가서 땔나무를 해오는 동안 그들을 강도들과 들짐승들이 해치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알겠지?”
사자가 알았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수도승들은 모두 예로니무스가 미쳤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자가 나무하는 수도승을 보호하기는커녕 당나귀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태는 그들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아침마다 늙은 수도승과 당나귀는 숲으로 나무를 하러 들어갔고 그 뒤를 사자가 어슬렁거리며 따라갔다. 수도승과 당나귀가 나무를 다하면, 셋이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가 나무하는 수도승과 당나귀를 지켜보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든 사이에 지나가던 상인들이 늙은이와 나귀를 끌고 가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늙은 수도승과 당나귀가 보이지를 않는지라, 할 수 없이 혼자서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그것을 본 수도승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기를, “저렇게 될 줄 알았다. 저놈이 수도승을 죽이고 당나귀를 잡아먹은 게 틀림없어!”
예로니무스까지도 마음이 흔들렸다. 늙은 예로니무스는 사자에게 당나귀가 하던 일을 감당하라고 명했다. 할 수 없이 사자는 당나귀 대신 나뭇짐을 져야 했다. 백수의 왕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는 좀 멀리 갔다가 자기 친구인 당나귀에 짐을 잔뜩 지우고 지나가는 상인들을 보았다. 사자가 반갑게 달려가자 당나귀도 옛 친구를 알아보고 반갑게 달려왔다. 겁에 질린 상인들이 목숨을 구하려고 곧장 수도원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일이 어떻게 된 것인 줄 알게 된 상인들은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빌었다. “나무하던 노인은 지금 다마스커스에 잘 있습니다. 잘못했으니 용서하고 살려주십시오.”
예로니무스는 먼저 그들을 용서한 다음, 다른 수도승들과 함께 사자한테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사자는 옛 친구 당나귀를 다시 만난 것이 기쁠 따름인 것 같았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지금 성 예로니무스(성 제롬)의 초상화에서 그의 발치에 누워있는 사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기도: 주님, 저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하지만 거기서 걸음을 멈추지 말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 아무리 찾아봐도 용서할 상대가 없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현주 (목사)
사자와 성인
5세기 무렵 예로니무스는 소수의 수도승들과 함께 베들레헴의 한 수도원에 살았다.
하루는 수도승들이 저녁 기도를 마치고 예배당을 나서는데 사자 한 머리가 수도원 뜰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겁에 질려 달아났지만, 예로니무스만은 태연하게 서서 사자를 바라보았다. 사자가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이윽고 그의 앞에 걸음을 멈춘 백수의 왕이 입을 크게 벌렸다.
예로니무스가 사자 입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커다란 나무 조각이 목젖 부근에 가시처럼 깊숙이 박혀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얼른 두 손으로 나무 조각을 뽑고 상처를 씻어주었다.
수도승들은 사자가 얼른 떠나주기를 바랐지만, 사자는 그들의 기대와 달리 예로니무스의 오두막 안에서 잠들어 버렸다. 이튿날에도 사자는 수도원을 떠날 마음이 없다는 듯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고, 수도승들은 겁이 나서 몸을 사려야 했다.
하루는 사자의 상처가 잘 아물었음을 확인한 늙은 예로니무스가 수도승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그들 앞에서 사자에게 말했다. “이 수도원에서는 아무도 게으르게 빈둥거리며 살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몫의 일을 해야 하거든. 그러니 너도 이제부터 일을 하여라. 네가 할 일은 늙은 수도승이 당나귀를 데리고 숲에 가서 땔나무를 해오는 동안 그들을 강도들과 들짐승들이 해치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알겠지?”
사자가 알았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수도승들은 모두 예로니무스가 미쳤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자가 나무하는 수도승을 보호하기는커녕 당나귀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태는 그들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아침마다 늙은 수도승과 당나귀는 숲으로 나무를 하러 들어갔고 그 뒤를 사자가 어슬렁거리며 따라갔다. 수도승과 당나귀가 나무를 다하면, 셋이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가 나무하는 수도승과 당나귀를 지켜보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든 사이에 지나가던 상인들이 늙은이와 나귀를 끌고 가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늙은 수도승과 당나귀가 보이지를 않는지라, 할 수 없이 혼자서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그것을 본 수도승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기를, “저렇게 될 줄 알았다. 저놈이 수도승을 죽이고 당나귀를 잡아먹은 게 틀림없어!”
예로니무스까지도 마음이 흔들렸다. 늙은 예로니무스는 사자에게 당나귀가 하던 일을 감당하라고 명했다. 할 수 없이 사자는 당나귀 대신 나뭇짐을 져야 했다. 백수의 왕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는 좀 멀리 갔다가 자기 친구인 당나귀에 짐을 잔뜩 지우고 지나가는 상인들을 보았다. 사자가 반갑게 달려가자 당나귀도 옛 친구를 알아보고 반갑게 달려왔다. 겁에 질린 상인들이 목숨을 구하려고 곧장 수도원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일이 어떻게 된 것인 줄 알게 된 상인들은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빌었다. “나무하던 노인은 지금 다마스커스에 잘 있습니다. 잘못했으니 용서하고 살려주십시오.”
예로니무스는 먼저 그들을 용서한 다음, 다른 수도승들과 함께 사자한테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사자는 옛 친구 당나귀를 다시 만난 것이 기쁠 따름인 것 같았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지금 성 예로니무스(성 제롬)의 초상화에서 그의 발치에 누워있는 사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기도: 주님, 저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하지만 거기서 걸음을 멈추지 말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 아무리 찾아봐도 용서할 상대가 없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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