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산 위에서 1-11연작시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2544 추천 수 0 2008.04.14 11:14:28
.........
 747-757
산 위에서

1.
산을 향한 내 마음이 너무 깊어서
산에 대한 이야기를 섣불리 하지 못했다.
마음에 간직했던 말을 글로 써 내려고 하면
왜 이리 늘 답답하고 허전해지는 걸까.

2.
나무마다에 목례를 주며 산에 오르면
나는 숨이 가빠지면서 나의 뼈와 살이 부드러워 지는 소리를 듣는다.
고집과 불신으로 경직되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유순하게 녹아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3.
산에서는 시와 음악이 따로 필요 없다.
모든 존재 자체가 시요 음악인 것을
산은 나에게 조금씩 가르쳐 준다.
날마다 나를 길들이는 기쁨을
바람에 서걱이는 나무 잎새 소리로 전해주는 산  

4.
내가 절망할 때 뚜버뚜벅 걸어와 나를 일으켜 주던 희망의 산
산처럼 살기 위해 눈물은 깊이 아껴 두라 했다.
내가 죽으면 편히 쉴 자리 하나 마련해 놓고
오늘도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는 산.
살아서도 남에게 잊혀지는 법을 처음부터 잘 익혀두라 했다.
보고 나서 돌아서면 또 보고 싶은 기다림의 산

5.
산에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돌과 나무와 이끼처럼 그의 품에 안겨 기도할 뿐이다.
소나무 빛 오래된 나의 사랑도
침묵 속에 깊어진 것을 나는 비로소 산에 와서 깨닫는다.
산을 닮은 한 분을 조용히 생각할 뿐이다.

6.
깊은 산 옹달샘에서 물을 떠 마시며 문득 생각하네,
사랑은 자연 그대로의 물맛인 것을.
물 위에 그리운 얼굴 하나 떠올리며 또 생각하네.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물맛인 것을  

7.
노래하는 마음으로 풀꽃을 따면 옷에도 가슴에도 풀물이 드네.
풀독이 오른 내 하얀 오른팔 위에 찍혀있는 눈부신 아침.
내 영혼의 속살까지 풀물이 드는 첫 기쁨이여.

8.
시를 노래하면 새가 된다고 - 산에서 나와 눈길이 마주친
한 마리의 귀여운 새가 일러 준 말.
쓰지 않고 품기만 해도
빽빽한 일상의 숲을 가벼운 몸짓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오늘 아침 산에서 만난 자유의 새가 일러준 말.

9.
산에서 비에 젖은 바위를 보면
어린 시절 친구들과 산에 올라 꽃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큰비를 만나 울면서 산을 내려왔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는 산이 참 무서웠다.
그때 나와 함께 산에 갔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도 비 오는 날의 산을 보면
문득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기억하며 궁금해할지도 몰라.

10.
그 누구를 용서 할 수 없는 마음이 될 때
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
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못할 일들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 그 진실을 밝혀낼 수는 없다.
꼭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 산에 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 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 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11.
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시커먼 연기에 그을린 도시의 얼굴을 씻겨주고 싶다.
나도 모르는 새 정이 든 이 항구도시에서
같은 배를 타고 사는 이웃의 목마름을 축여주고 싶다.
산에서는 바다가 더욱 가까이에 있다.
잊었다가 다시 만난 옛친구의 낯익은 얼굴처럼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02 김남준 질고와 멸시를 당하셨도다 김남준 2005-07-19 2538
4901 이현주 남아있는 그리스도인 이현주 2007-11-10 2538
4900 필로칼리아 생각 최용우 2012-03-22 2538
4899 이해인 이해인 2005-07-07 2539
4898 이현주 내 몸은 따로 형체가 없다. 이현주 2012-05-14 2539
4897 이현주 아버지한테 버림받은 이현주 2012-05-14 2540
4896 이현주 작은 마을의 세 친구 이야기 이현주 2008-03-22 2541
4895 한희철 1805. 편지 한희철 2002-01-31 2542
4894 김남준 인간의 본성 김남준 2005-06-07 2542
4893 이현주 예수도 제자들을 편애하셨나? (막5:36-37) 이현주 2012-03-08 2543
4892 한희철 잔치 한희철 2012-03-18 2543
» 이해인 산 위에서 1-11연작시 이해인 2008-04-14 2544
4890 한희철 징검다리 한희철 2012-01-27 2544
4889 임의진 [시골편지]지팡이와 유모차 file 임의진 2011-06-06 2545
4888 이현주 어버지나 어머니를 이현주 2005-03-13 2546
4887 이현주 말벌과 꿀벌 이현주 2008-02-24 2547
4886 한희철 누룩 한희철 2012-01-27 2547
4885 한희철 바람 한희철 2012-01-26 2548
4884 한희철 1796. 아프게 살아가는 사람들 한희철 2002-01-23 2549
4883 이해인 편지쓰기 -네가 누구인가 이해인 2005-04-24 2550
4882 필로칼리아 덕행강화(德行强化) 최용우 2012-03-28 2550
4881 김남준 원색적인 십자가 복음 김남준 2005-08-11 2551
4880 임의진 [시골편지] 러시아 여행 file 임의진 2010-08-22 2552
4879 이현주 오병이어의 기적 이현주 2005-03-23 2553
4878 김남준 어느 바이올리니스트의 고백 김남준 2005-08-30 2553
4877 이해인 글자놀이 이해인 2005-08-24 2554
4876 김남준 마음을 노리는 대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김남준 2005-10-05 2555
4875 임의진 [시골편지] 팔짱을 낀 달과 별과 골목과 사랑 임의진 2014-02-24 2555
4874 임의진 [시골편지] 공동묘지 file 임의진 2010-05-28 2557
4873 한희철 지금 나는 한희철 2012-01-26 2557
4872 이현주 아무 문제가 없는 인생? 이현주 2012-05-28 2558
4871 한희철 2306. 흔한 들꽃 하나에도 한희철 2006-12-30 2559
4870 이해인 마지막 기도 이해인 2005-05-17 2561
4869 이해인 아침의 향기 이해인 2005-06-13 2561
4868 이해인 산 위에서 -그 누구를 이해인 2005-07-17 2561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