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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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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757
산 위에서
1.
산을 향한 내 마음이 너무 깊어서
산에 대한 이야기를 섣불리 하지 못했다.
마음에 간직했던 말을 글로 써 내려고 하면
왜 이리 늘 답답하고 허전해지는 걸까.
2.
나무마다에 목례를 주며 산에 오르면
나는 숨이 가빠지면서 나의 뼈와 살이 부드러워 지는 소리를 듣는다.
고집과 불신으로 경직되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유순하게 녹아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3.
산에서는 시와 음악이 따로 필요 없다.
모든 존재 자체가 시요 음악인 것을
산은 나에게 조금씩 가르쳐 준다.
날마다 나를 길들이는 기쁨을
바람에 서걱이는 나무 잎새 소리로 전해주는 산
4.
내가 절망할 때 뚜버뚜벅 걸어와 나를 일으켜 주던 희망의 산
산처럼 살기 위해 눈물은 깊이 아껴 두라 했다.
내가 죽으면 편히 쉴 자리 하나 마련해 놓고
오늘도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는 산.
살아서도 남에게 잊혀지는 법을 처음부터 잘 익혀두라 했다.
보고 나서 돌아서면 또 보고 싶은 기다림의 산
5.
산에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돌과 나무와 이끼처럼 그의 품에 안겨 기도할 뿐이다.
소나무 빛 오래된 나의 사랑도
침묵 속에 깊어진 것을 나는 비로소 산에 와서 깨닫는다.
산을 닮은 한 분을 조용히 생각할 뿐이다.
6.
깊은 산 옹달샘에서 물을 떠 마시며 문득 생각하네,
사랑은 자연 그대로의 물맛인 것을.
물 위에 그리운 얼굴 하나 떠올리며 또 생각하네.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물맛인 것을
7.
노래하는 마음으로 풀꽃을 따면 옷에도 가슴에도 풀물이 드네.
풀독이 오른 내 하얀 오른팔 위에 찍혀있는 눈부신 아침.
내 영혼의 속살까지 풀물이 드는 첫 기쁨이여.
8.
시를 노래하면 새가 된다고 - 산에서 나와 눈길이 마주친
한 마리의 귀여운 새가 일러 준 말.
쓰지 않고 품기만 해도
빽빽한 일상의 숲을 가벼운 몸짓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오늘 아침 산에서 만난 자유의 새가 일러준 말.
9.
산에서 비에 젖은 바위를 보면
어린 시절 친구들과 산에 올라 꽃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큰비를 만나 울면서 산을 내려왔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는 산이 참 무서웠다.
그때 나와 함께 산에 갔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도 비 오는 날의 산을 보면
문득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기억하며 궁금해할지도 몰라.
10.
그 누구를 용서 할 수 없는 마음이 될 때
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
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못할 일들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 그 진실을 밝혀낼 수는 없다.
꼭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 산에 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 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 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11.
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시커먼 연기에 그을린 도시의 얼굴을 씻겨주고 싶다.
나도 모르는 새 정이 든 이 항구도시에서
같은 배를 타고 사는 이웃의 목마름을 축여주고 싶다.
산에서는 바다가 더욱 가까이에 있다.
잊었다가 다시 만난 옛친구의 낯익은 얼굴처럼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산 위에서
1.
산을 향한 내 마음이 너무 깊어서
산에 대한 이야기를 섣불리 하지 못했다.
마음에 간직했던 말을 글로 써 내려고 하면
왜 이리 늘 답답하고 허전해지는 걸까.
2.
나무마다에 목례를 주며 산에 오르면
나는 숨이 가빠지면서 나의 뼈와 살이 부드러워 지는 소리를 듣는다.
고집과 불신으로 경직되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유순하게 녹아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3.
산에서는 시와 음악이 따로 필요 없다.
모든 존재 자체가 시요 음악인 것을
산은 나에게 조금씩 가르쳐 준다.
날마다 나를 길들이는 기쁨을
바람에 서걱이는 나무 잎새 소리로 전해주는 산
4.
내가 절망할 때 뚜버뚜벅 걸어와 나를 일으켜 주던 희망의 산
산처럼 살기 위해 눈물은 깊이 아껴 두라 했다.
내가 죽으면 편히 쉴 자리 하나 마련해 놓고
오늘도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는 산.
살아서도 남에게 잊혀지는 법을 처음부터 잘 익혀두라 했다.
보고 나서 돌아서면 또 보고 싶은 기다림의 산
5.
산에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돌과 나무와 이끼처럼 그의 품에 안겨 기도할 뿐이다.
소나무 빛 오래된 나의 사랑도
침묵 속에 깊어진 것을 나는 비로소 산에 와서 깨닫는다.
산을 닮은 한 분을 조용히 생각할 뿐이다.
6.
깊은 산 옹달샘에서 물을 떠 마시며 문득 생각하네,
사랑은 자연 그대로의 물맛인 것을.
물 위에 그리운 얼굴 하나 떠올리며 또 생각하네.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물맛인 것을
7.
노래하는 마음으로 풀꽃을 따면 옷에도 가슴에도 풀물이 드네.
풀독이 오른 내 하얀 오른팔 위에 찍혀있는 눈부신 아침.
내 영혼의 속살까지 풀물이 드는 첫 기쁨이여.
8.
시를 노래하면 새가 된다고 - 산에서 나와 눈길이 마주친
한 마리의 귀여운 새가 일러 준 말.
쓰지 않고 품기만 해도
빽빽한 일상의 숲을 가벼운 몸짓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오늘 아침 산에서 만난 자유의 새가 일러준 말.
9.
산에서 비에 젖은 바위를 보면
어린 시절 친구들과 산에 올라 꽃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큰비를 만나 울면서 산을 내려왔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는 산이 참 무서웠다.
그때 나와 함께 산에 갔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도 비 오는 날의 산을 보면
문득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기억하며 궁금해할지도 몰라.
10.
그 누구를 용서 할 수 없는 마음이 될 때
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
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못할 일들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 그 진실을 밝혀낼 수는 없다.
꼭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 산에 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 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 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11.
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시커먼 연기에 그을린 도시의 얼굴을 씻겨주고 싶다.
나도 모르는 새 정이 든 이 항구도시에서
같은 배를 타고 사는 이웃의 목마름을 축여주고 싶다.
산에서는 바다가 더욱 가까이에 있다.
잊었다가 다시 만난 옛친구의 낯익은 얼굴처럼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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