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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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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다 보면 ‘모듬정’이라는 식당 겸 버스 종점이 있다.
북쪽으로 바람벽을 야물게 세운 남향에다가, 탁트인 들판을 앞에 놓고 있어서 어르신들이 종종 해바라기를 즐기신다.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 요 동네 막걸리 맛을 보겠다고, 모듬정에 기어이 들러보잔다.
“아따 솔찬히 맛납다.” 손님 한 분이 이쪽 방언을 한 마디 익혀 엥기시자 주인장 태도가 싹 달라진다.
열성신자들이 기도할 때 방언이란 걸 한다는데, 나는 교회 있을 때 그런 쪽하고는 만리장성을 쌓고 살았다.
대신 하나님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전라도 방언을 주절이며 살았지.
한쪽에서 낯익은 영감님 두 분이 장기에 열중.
“뭔 장기를 그라고 뙤작뙤작 둔당가. 기언치(기어이) 이개볼라고 꿈시랑대봐도 폴새(벌써) 기운 가세 아닌가.”
“이거이 윷놀우여? 엄버불게?(얹어버려)”
상이나 마가 잡히는 순간 역정이 난 영감님.
“징합네. 가찬데서(가까운 곳) 산통이 나부렀구마이. 차 포를 돌라간대도(훔쳐가도) 눈이 뵈아야 말이재. 에말이요(여보세요)? 여그 막걸리 한 뱅 추가.”
두 분 오리지널 토종 말씨에 서울 손님들 눈이 똥그라져
“저 무슨 말씀들인지 빨리 통역 좀 해주세요. 궁금해 죽겠네.”
“목요일 경향신문 보십쇼.” 대답 끝.
〈글·그림|임의진 시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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