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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생선 장수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671 추천 수 0 2008.05.15 12: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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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수박 장수가, 봄·가을엔 생선이며 두부를 실은 용달차가 마을을 찾는다.
이맘 때면 강아지들이 봄 마중을 나오는데, 개장수가 고막이 터질 만큼 확성기 소리를 높이고 왕왕거린다.
“개 삽니다, 개! 큰 개 작은 개, 염소도 사요!” 하면, 모든 개들과 염소들이 바르르 떨며 구석진 데로 꽁무니를 감춘다.
고물 장수는 이틀이 멀다하고 나타난다.
아무 집이나 불쑥 대문을 열고 들어와 고물 없냐며 뾰족 턱을 내민다.
고물 장수랑 말싸움을 안 해본 주민이 없을 정도다.
찬 사러 나가기 싫을 때 생선 장수가 오면 참 반갑다.
요즘은 생선 놓고 파는 가게가 흔해져 생선 장수 방문이 정말 귀해졌다.

어떤 할머니가 길을 가는데 뒤에서 “같이 가, 처녀!” 하고 젊은 아저씨가 부르더란다.
처녀라 하니 듣기 좋아 얼른 고개를 돌렸는데, “갈치가 천원! 갈치가 천원!” 갈치 장수였다나? 흐~ 썰렁 개그!
오늘은 갈치조림이 먹고 싶구나.
장보러 나가긴 싫고, 생선 장수나 마을로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이런 날은 꼭 개장수가 강아지들 간 떨어지게 들쑤셔 놓거나, 씩씩한 고물장수가 어김없이 행차한다.

〈 글·그림 | 임의진 목사·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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