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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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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당호가 회선재(回仙齋)인데, 문패에다 ‘회선재 임의진’이라고 써두었다.
회선재라는 여자랑 사느냐고, 회씨라는 희귀 성씨도 있느냐고, 그런데 왜 통 보이지 않으시냐며 우체부가 캐묻는다.
나도 그 우렁각시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하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문패에 적힌 이름들을 구경한다.
신문 방송에 나올 일이 절대 없는 인물들.
내 다정한 이웃사촌들, 아마도 내 기억과 글 속에서나 오래오래 등장할 이름들이다.
바야흐로 선거철. 잘난 위인들의 이름 석자가 거리마다 나부낀다.
우리 동네엔 왜 저런 인물 하나 안나왔을까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아쉬워하시는데, 나는 생각이 전혀 다르다.
군홧발로 나라를 말아 잡수신 장군님들을 비롯하여 지체 높으신 정치인들의 그간 정황들을 되돌아보면 낮고 가여운 사람들 괴롭히고 제 식구만 배불리고 거짓말 밥 먹듯 하는, 나쁜 쪽으로 솔선수범이었다. ‘알아주는 삶’이라고 하는 것이 보통 그런 이력이었다.
이맘 때면, 무지렁이 이웃들의 이름자를 모조리 주워 담아 현수막 하나 만들어 걸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말주변 없고, 큰 대(大)자 붙은 야망이라곤 전연 없는, 그러나 참말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산촌에 은거하여 ‘알아주지 않는 삶’에 만족해하는 우리네 선한 이웃들이야말로 진짜배기 ‘큰 인물’이 아닐까?
〈 글·그림 | 임의진 목사·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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