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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촛불 하나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830 추천 수 0 2008.05.15 12: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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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버지가 자녀들을 위해 피아노를 사 보냈는데, 그날 저녁 집에 가보니 아이들이 피아노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더란다.
끄고 켜는 전원 장치를 찾지 못해서였다나? 나는 가끔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밝힌다.
손님들이 오시면 거실 탁자에 촛불을 켜고 둘러앉아 담소를 즐긴다.
눈가 주름까지 낱낱이 보이는 전깃불은 속엣말 하기에는 불편한 조명이다.
플러그를 뽑고, 전깃불마다 끈 뒤 은은한 촛불 아래 둘러앉으면, 차분한 평온이 찾아든다.
지구 기후 상승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들의 영혼을 위해서도 플러그 하나씩 뽑는 습관을 기르자.
집마다 보면 가전제품이 너무 많다. 전자제품을 많이 가지게 되면 멍텅구리 신세가 되고 만다.
야성, 자생력을 잃고 전자제품에나 의존하게 되니 말이다. 전원을 끄고 플러그를 뽑으면 영리해지고 화목해진다.
전기세 때문이라면 서럽겠으나,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형편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살아야 한다.

산골에 어둠이 내렸다.
촛불 하나 밝히니 그대 얼굴이 선하구나.
산꼭대기는 달빛이 길을 잃지 않을 만큼 비추고 있으리라.
짐승들이 둥지로 속속 돌아갈 시간.

< 글·그림 |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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