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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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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68
해질녘의 바다에서
1.
해질녘의 바다에 홀로 서서 마지막 기도처럼 어머니를 부르면,
나도 어머니가 된다.
세월과 함께 깊어 가는 사랑을 어쩌지 못해
그저 출렁이고 또 출렁이는 것밖엔 달리 할 말이 없는
파도치는 가슴의 어머니가 된다.
2.
바다에서 오랜만에 건져 올린 나의 시어(詩語)들에선
늘 비릿한 파래 내음이 난다.
얼마나 더 오래 말려 두어야
비로소 하나의 시가 될 수 있을까?
3.
아름답고 쓸쓸하다
고요하고 평화롭다.
해질넠의 바다는...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촛불이 타오르는 기도실에
고요히 무릎 꿇고 있는 내 마음처럼.
4.
바다에 나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면
지금껏 나만을 생각했던 일을
바다에게 그만 들켜 버린 것 같아 매우 부끄럽다.
이 세상 모든 이를 사랑하고 용서하며
한마디의 기도라도 날마다 남을 위해 바치고 싶다.
내가 할 일도 조금씩 줄이면서
좁은 마음을 넓은 마음으로 바꾸어 오고 싶다.
5.
내가 사랑한 것보다 몇 배나 많이 받아서
더 무거운 살아있음의 무게,
사랑의 빚을 진 사람의 무게.
이 무게를 바다에 내려놓고,
오늘은 남빛 옷을 걸치고 있는
끝없는 수평선 위에 내 마음을 눕힌다.
6.
바다!
영원을 향한 그리움은 처음부터 그에게 배웠다.
그는 무작정 나를 기다려 주는데,
어느 때나 열려 있는 푸른 문인데,
나는 왜 종종 그가 두려울까.
7.
지는 해를 바라보는 저녁 바다에 서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사라져 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해 주십시오.
사랑은 남아도, 사랑했던 사람들은 매일 조금씩
죽음의 바다 속으로 침몰해 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새로이 기억하게 해주십시오.
8.
내가 저녁기도를 바치면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시편을 읊는다.
더 낮아지라고 한다.
더 낮은 목소리로 기도하며
겸손의 해초海草가 자라는 물 밑으로
더 깊이 내려가라고 한다.
9.
무엇이 배고픈가, 오늘은 바다가 울고있네.
내 탓으로 흘려 버린 사랑의 시간들을
채 줍지 못해 안달을 하던 내가
가슴을 움켜쥐고 그 바다에 누워 아이처럼 울고 있네.
10.
저녁노을 가슴에 안고 온몸으로 하프를 켜는 바다,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춤을 추네.
물 위에 앉아 잠시 뜨거운 그리움 식히다가
다시 일어서서 춤을 추는 새가 되네.
11.
해질녘 바다에 서면 나는 섬이 되고 싶어.
'함께'이면서도 '홀로'일 줄 아는,
당당하면서도 겸손한,
고독하면서도 행복한,
하나의 섬으로 솟아오르고 싶어.
세상이란 큰 바다 위에
작지만 힘차게 온몸으로 노래하며
떠 있는 희망의 섬이고 싶어.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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