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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772.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수도원 복도에서
사계절 내내
우리 수도원의 복도는
침묵 속에 말한다
인생 여정을 길게 펼쳐 보이는
하나의 길이 된다
창문을 통해
하늘과 바다를 보고
산과 나무를 보며
나는
가만히 서 있기도 하고
바삐 일터로 향하는 수녀들과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는 곳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쓸쓸한 그림자가
비치기도 하는 곳
오늘도
성당으로 식당으로
침방으로 정원으로
내가 살아서 걸어가는
삶의 구름다리
내가 제일 사랑하는
길 위의 집
내가 순례객임을
시시로 일깨워주는
수도원의 복도에서
나의 일생은 기도가 되네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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