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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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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이 서울 구경 왔다. 이번 6·10 촛불집회에 양초 하날 보태고 싶었다. 나도 급기야 ‘사탄의 무리’가 된 것이다. 서울광장에 따로 모인 대형 교회 교인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계셨다. 모두들 싸늘한 시선으로 그 옆을 지나쳐갔다. 코미디의 한 장면 같았다. 예수님이라면 그 찬송 대열에 앉아 계실까. 아니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며 유모차를 앞세운 시민들이랑 촛불을 밝히며 노래를 부르고 계실까. 성공회 대성당 앞길에 쭈그려 앉아 옛 생각을 더듬었다. 교회를 떠난 뒤, 찬송가 부르는 일은 정말 드물어졌다. 하지만 첫장부터 끝장까지 기억나지 않는 노래가 없다.
농촌 교회에서 목회할 때, 피아노 반주자가 도시로 취직해버려 한동안 무반주로 찬송가를 불렀다. 할매들은 보통 무곡 찬송가를 사용한다. 가락이고 뭐고, 목사가 선창하면 그대로 따라서 부르신다. 헨델이든 베토벤이든 작곡자가 안 계신 마당이니 몽땅 뽕짝으로 바꿔 부르신다. 뼈마디 으스러지게 농사짓고, 예배당에선 내 재미없는 설교에 꾸벅꾸벅 졸다가도 찬송가 부르자면 벌떡 일어나셨다. 오월 유월이면, 김민기 아저씨 노래를 예배시간에 부르곤 했다. 상록수, 아침이슬, 꽃 피우는 아이…. 입에 익어 묘한 뽕짝풍으로 잘들 부르셨다. 할매들과 함께 불렀던 노랫소리, 그리울 때가 많다.
내일은 집에 가야지. 개들은 양껏 퍼준 밥, 아껴가며 먹고 있을까. 마당에 꽃들은 내 생각 조금이라도 하는지. 교회가 취미에 없는 할매들을 대신하여 새들은 오늘도 열심히 찬송가를 부르고 있으리라.
<글·그림 |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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