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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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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 삼인산에 예전 무장공비가 내려와서 북쪽사람 둘이 사살되었다는 표식이 서 있다. 집에서 불과 백여 미터. 그 섬뜩한 하얀 팻말을 그동안 일부러 외면하곤 했었다. 그 앞을 스쳐 지날 때, 문득 뒷머리가 주뼛 설 때, 나는 하루빨리 통일된 나라에 살게 해달라고 하늘을 조른다.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경우에 막힌다는 속담이 있다. 반공 귀신, 분단 귀신엔 평화와 통일의 구호가 경문이라면, 사람은 경우에 없고 경우에 맞지 않는 짓은 하지 말아야 광명세상을 당당히 거닐 수 있다.
할매들은 가끔 허깨비를 본다고 했다. 총을 들고 산을 오르내리는 군인들 말이다. 군부대 훈련도 없는 오밤중에. 그 때 죽은 북쪽군인들이거나 남쪽군인들이 분명 맞단다…. 우리 동네 귀신은 몽달귀신도 빗자루귀신도 아니고, 남과 북 편을 갈라 싸우는 군인귀신이다. 모월 모일 공비를 사살했다고 자랑하는 팻말을 없애달라고 하고 싶은데, 할매들이 군인귀신 그만 보게 해달라고 가까운 군부대에 말씀드리고 싶은데, 날더러 대뜸 빨갱이라 할까봐 망설이게 된다. 아마 북쪽 이웃들도 북파공작원 귀신을 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서로 증오하고, 귀신까지 되어 나타나는 세상이라니. 오늘밤 처녀귀신은 ‘웰컴 투 담양골’이지만, 총부리를 겨눈 군인귀신은 마음이 아파 보기 괴로울 듯.
<글·그림 |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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