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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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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당 연락하고 사는 가족이라곤 다섯 손가락으로 셀 정도다. 그도 몇 해 전부터 멀리 타향살이로 흩어지고, 어디서 김치 한통 얻어먹기가 만만치 않다. 아는 절집 공양보살님이 김치를 챙겨주시기도 했는데, 마음 기울여 뿌린 깨가 김치보다 많아설랑 다시 얻어먹는다는 게 참 거시기 했다.
그렇다고 사서 먹는 건 싫고, 어쩌다 김치 한통 생기면 두고두고 아껴먹어야. 김장철 되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요쪽 말로 ‘여러워’(부끄러워)하면서 몇 포기 놓고 가신다.
지금은 김장철도 아니고 감나무에서 홍시 떨어질 날 기다릴 순 없는 노릇. 근데 갑자기 깍두기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 엊그제는 무를 사다가 엄지손톱만하게 썰어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 양념을 다져서 버무렸다. 냉장고에 넣지 않고 이틀을 밖에 두었더니 얼추 삭아서 제 맛이 났다. 비빔밥 그릇에 듬뿍 퍼 담아 참기름 넣고 싹싹 비볐지. 와삭와삭 씹혀지는 맛이라니. 군침 돌 분들 생각하여 더 이상 쓰지는 않겠다.
날도 덥고, 밖에 나가질 않았다. 하루 종일 말 한자리 안했더니 입에 가시가 돋는군. 친구들에게 전화질. 밥은 먹었느냐, 너 내가 담근 깍두기 맛 한번 보고 싶지 않으냐…. 그런데 날더러 어쩌다 그리 되었냐며 혀를 찬다. 여자가 담근 김치맛에 길들여진 덜떨어진 사내들이… 흐!
<글·그림|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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