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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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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에서 보트를 빌려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아따우로 섬에 다녀왔다. 동쪽 끝 악어가 출몰하는 자코 섬과 더불어 동티모르에서 가장 수려한 경관을 지닌 섬. 기이한 산호초와 만화영화로 잘 알려진 물고기 니모를 보기 위해 스노클링을 하기도 했다. 이 작은 유인도엔 어부들이 터를 잡아 살고 있다. 바람 빠진 공을 차는 아이들의 앵무새 같은 웃음소리. 야생에서 자라는 돼지들이 꿀꾸르르 노래하는 골짝, 우쿨렐레를 가지고 다니는 악사라서 이런저런 바다 노래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몇 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 현대인들은 만남이 흔하기 때문인가. 이별, 작별, 석별에 무감한 심정들이다. 공항이나 버스터미널, 항구, 기차역에서 헤어지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전화가 발달하면서 그렇게 된 것일까. 아따우로 섬을 떠날 때 아주 오래도록 손을 흔들던 그곳 주민 닐스를 기억한다. 내가 탄 배가 선창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는 팔이 아플 텐데도 오래도록 손을 흔들었다. 돌고래가 춤추는 바다를 지나면서 나는 조용히 입안에 사탕을 굴리듯 노래를 굴렸다. “날이 밝으면 멀리 떠날 사랑하는 임과 함께 마지막 정을 나누노라면 기쁨보다 슬픔이 앞서. 떠나갈사 이별이라 야속하기 짝이 없고 기다릴사 적막함이라 애닯기가 한이 없네. 일년사시가 변하여도 동서남북이 바뀌어도 우리 굳게 맺은 언약은 영원토록 변함없으리.” 이제는 정말 아무도 부르지 않는 ‘석별의 정’이라는 노래다.
사랑은 이별을 동반한다. 그래서 사랑은 아프면서 아름답다. 지루하고 지난한 관계는 밍밍한 물이나 다름없겠지. 순례자는 이별을 통해 사랑을 키운다. 남겨진 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겠지. 그리고 점차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질 때쯤 순례자는 우연 반 필연 반 턱하니 코앞에 나타나곤 하리라. 몸은 떠나지만 언약은 남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간대도 언약은 영원토록 변함없으리.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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