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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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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니 납작 만화책이 별책부록으로 들어있는 풍선껌이 있었다. 학교 앞 점방에서 주로 놓고 파는 물건이었는데 인기가 짱이었다. 잘근잘근 씹으면 단물이 나고 이어서 풍선을 이따만 하게 불었다. 풍선껌이 눈앞에서 팍 터지면 껌은 콧등에 달라붙었다. 그걸 또 걷어다가 입에 넣었지. 눈으로는 만화를 날렵하게 넘겨 읽고. 6·25 반공만화가 제법 많았는데 교회 주일학교에서 더 잔인한 살인과 전쟁 이야기를 숱하게 들은 통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난 풍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였다. 용돈이 생기면 과자보다 먼저 풍선을 샀다. 달이나 태양도 풍선일 거라고, 풍선이 아니고서는 저 멀고 높은 곳에 떠다닐 수 없는 거라고 굳게 믿었다. 동물원에 처음 놀러갔을 땐 빨간 풍선을 하나 샀는데, 풍선을 실에 매달고 다니면서 홍학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었다. 실이 끊어져 도망가 버린 풍선은 늙은 당나귀가 가지고 놀다가 터트려버렸다.
풍선은 거미가 줄을 매달고 노니는 것처럼 실로 매달고 있어야 풍선이지 손에서 한번 떠나면 가시에 찔려 터지거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물건이렷다. 애지중지 풍선을 꽉 쥔 손바닥에선 땀이 송송 맺혔다. 내 작은 손엔 늘 풍선실이 감겨있었고, 달아날까 안간힘으로 붙잡고 있으려니 손바닥은 소금땀 염전이었다. “가장 즐거운 것은 천진하게 마음속에서 이쪽을 신뢰하며 내미는 어린이의 손이다. 이것은 마치 동물의 앞발과 같아 전적으로 친애의 표시기 때문이다.”(<무서록>·이태준) 풍선을 만지던 내 손은 하늘에 닿아있었고, 그것은 정말 친애의 표시였다.
요즘 누군가들이 북녘땅으로 대형 풍선을 날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풍선에 매달아 보내는 대북 전단엔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 걸까. 총격전까지 벌어진 모양이니 짐작하여 알 수 있는 부분이겠다. 풍선에 매달아 동포들에게 닿게 해야 할 소식이 꼭 자존심을 짓밟는 조롱과 험담이어야 할까. 풍선은 풍선으로 족하고, ‘삐라’는 그만두기를. 남북 간 존중과 대화, 이산가족들의 자유로운 편지왕래가 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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