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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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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925
보름산미술관 에서
숨겨진 듯 자리 잡은 보름산미술관 테라스에 혼자 앉아 볕을 쬐며
시방은 아무 것도 쓰지 않으리라
뭔가를 담고 싶은 마음 갖지 않으리라
책도 공책도 만년필도 내려놓고 다만 가을을 구경합니다
늦잠에서 깨어나는 별들의 침소인 듯 단풍나무 잎새 유난히 붉고
마지막 걸음 춤이길 원했던 오래된 소원인 양 상수리 이파리 하나
아뜩한 춤으로 떨어지고
빈가지 잠깐 머물다 떠난 작은 새의 노래 머문 만큼 맑고
시간을 노래하는 현 아닐까 싶도록 바람결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거미줄 환하고
길을 잃었나 싶은 손톱만한 노란 나비의 춤 위태하고
웃옷부터 벗는 후박나무
여기 나도 있다 투정하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청설모
모든 것을 그냥 바라만 봅니다.
어떤 생각도 보태지 않으려는 그 마음까지 내려놓을 때
문득 나는 내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고 맙니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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