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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고독과 은둔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36 추천 수 0 2016.06.16 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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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는 죽죽 죽순을 밀어 올려 대밭이 수배나 늘었다. 죽순과 싸울 일이 아니라 대밭의 미풍을 즐기기로 결심해야겠다. 이른 폭염과 흉흉한 전염병 소식으로 바람조차 싱숭생숭. 코끼리 얼굴을 가진 뒷산의 너럭바위는 마치 인도의 가네샤 신상을 모신 듯. 긴 코를 내밀어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가네샤는 인도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상.

가네샤는 대밭을 왜 나에게 골칫거리로 안겨준 것일까. 게다가 잡초들, 끈질기게 살아나는 민들레. 민들레가 괴롭히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어. 포기할 때 자유는 더 큰 사랑이 된다. 포기는 얼마나 멋진 출구인가. 원망이나 갈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 내 산골집은 나무마다 평상 크기 면적의 행복한 그늘을 가지고 있고, 두 마리 개들은 낮잠과 밤잠에다 뼈다귀 선물까지 주면 집까지 지켜준다.

“여름이 푸른 저녁…. 무슨 말도 무슨 생각도 말아야지. 끝없는 사랑 내 맘에서 피어나느니 여행자처럼 아주 멀리 떠나가리라. 사랑하는 이 함께 가듯 행복한 걸음으로, 자연 속으로….” 랭보의 시를 영혼의 양식 삼아 소리 내어 읽어간다. 행복은 이런 데 있다. 새가 바람을 거슬러 날아도 다치지 않고, 물고기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도 몸이 상하지 않는 건 끊고 맺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리라.

묶고 자르는 것을 잘해야 산다. 번잡한 세상에서 침묵과 명상을 찾고, 벅적거리는 인연에서 고독과 은둔을 찾는 사람은 그래서 복되다. “우리가 모든 슬픔을 나무못에 걸고 가장 마음에 드는 슬픔을 선택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은 좀 전에 걸어둔 자신의 슬픔을 도로 찾아갈 것이다. 왜냐면 남의 슬픔은 훨씬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마르틴 부버)

오늘 거울 앞의 제 꼴에 만족할 줄 알고,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음을 알아 그 흐름에 순응하며 내맡기고 산다면, 어깃장 부리지 않고 산다면, 불편함도 두려움도 덜어지지 않을까. 애갈만이 사랑이 아니다. 포기와 미지로의 여행도 큰 사랑이다. 나는 고독과 은둔을 사랑한다. 창궐하는 전염병은 이를 가르쳐 주는 스승이다.


임의진 목사 시인 20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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