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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496
내 안에 흐르는 시
1
내 안에 흐르는
피와 물처럼
보이지 않게 감추어 둔
생명의 말들
어느 날
시(詩)가 되어 쏟아지면
밖으로 쏟아진 만큼
나는 아프고
이로 인해 후유증이 심해도
나는 늘 행복하고
2
내 마음의 바다 위에
해초(海草)처럼 떠 다니는
푸른 시상(詩想)들
힘껏 건져 올리고 나면
이미 퇴색하는 그 빛깔
끝내
햇볕을 보지 못하고
남아 있는 언어들이
하도 많아서
나는
가난하게 살아도
항상 넉넉하구나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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