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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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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에서 배운 알량한 독일어로는 그저 인사말이나 나눌 뿐. 책을 볼 정도가 못되는데도 잡지를 워낙 좋아해 서점에서 죽치고 있다. 어제부턴 프랑크푸르트에 숙소를 정하고 눌러앉았는데, 어김없이 동네 서점행. 월든(Walden) 1호라 적힌 신생 잡지를 발견, 쭈욱 훑어보다가 그림들이 워낙 예뻐 한 권 집어들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쪼갠 주머니책 부록도 쏠쏠해. 국내에도 이런 무겁지 않은 내용의 생태 잡지들이 생겨났으면 싶었다.
여행 오기 전, 방학이라 뵐까 하고 같은 동네 사는 나희덕 시인과 연락을 나눴는데 소로의 월든 호숫가에 찾아가 계신다고. 하 그래요, 하고선 잠깐 서재에서 월든을 들추어본 날이 있었다. 그러다가 필 받아 밤에는 침대에 누워 팔을 괴고 영화 <인투 더 와일드>도 한 번 더 보았지. 에모리대학을 나온 준수한 청년 매캔들리스. 알래스카에 버려진 낡은 버스에서 죽어간 그 청년을 기리는 영화. 소로와 매캔들리스의 공통점이라면 야생의 삶을 사랑한 것이겠다. 돈으로 산 잔인한 사냥감과 야생 체험코스 따위가 아니라 그것은 대자연을 향한 인간 본연의 진실하고 겸손한 귀의였다. “사랑이나 돈, 명성보다 진실을 내게 주오. 기름진 음식이나 와인으로 차려진 극진한 대접 따위 원치 않아. 거기에 진실이 없다면 배가 고파도 불친절한 식탁을 떠날 수밖에.” 소로의 글 가운데 일부분, 매캔들리스는 진실이라는 단어에 밑줄을 긋고 굵은 펜으로 여백에다가 큼지막하게 써 담기도 했다 한다.
낼모레면 산골짜기 내 오두막으로 돌아갈 시간. 진실을 이런 대도시에서 찾는다는 게 바보만 같다. 매캔들리스는 또 톨스토이의 <행복> 가운데 이 구절에도 밑줄을 그었다지. “우리 인생에서 단 하나 진실한 행복이 있다면 타인을 향한 삶에서 얻는 보람이겠다. 변두리에서 호젓하게 살며 무기력한 이웃을 돕는 선행. 쉼과 자연, 독서와 음악, 남을 사랑하는 일. 이러한 삶이 행복이다.” 우리도 오늘 여기에 밑줄을 긋고, 닫아건 창문을 환히 열자.
임의진 목사 시인 20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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