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수양이 모자라서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47 추천 수 0 2016.10.03 11:22:01
.........

l_2015110501000594400059251.jpg


순례자인 내가 십 년 넘게 정 붙이고 사는 베이스캠프엔 날마다 진한 커피향과 죽로차. 담양 평야 흰쌀로 지은 밥상과

할매들이 퍼준 묵은지. 고기반찬은 누구 제사 때나 한번쯤. 이 집엔 화장실이 두 군데 있다네. 안채에 딸린, 따순 목욕물도 나오는 수세식. 불편해도 즐겨 찾는 바깥 푸세식. 매실밭, 감밭에 거름도 쓸 겸 마련한 푸세식. 잔디밭을 가로질러 개집을 지나 한참 걸어야 푸세식이 나온다. 이름하여 수양각. 수양을 좀 해야겠다 싶어 지은 이름. 앉아 있으면 대숲 바람소리가 구성지게 들려오지.

박남준 시인이 모악산 살 때 종종 놀러갔는데 “의진아. 변소에 으쩌다 보면 뱀도 나오니깐 조심해라이. 변태귀신이 똥 누는 거 몰래 보기도 하니깐 잘 살피고오~.” 막돌로 허술하게 쌓은 그 변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튼실하고 야무지게 지은 수양각. 득도할 때까지만 수양각 출입을 하고, 이후엔 하늘나라에서 별똥을 눠야지 생각해. 여기서 봄 여름 가을은 물론 심지어는 폭설을 뚫고 기어들어가 큰일을 본다.        

장강명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미안하지만 수양각에다 놓고 한 달여 만에 독파했지. 재미있는 장면이 끊긴 게 아쉬우면 하루에 똥을 두 번 눴다네.

변소는 좀 멀리 있어야 해. 정신적인 환기도 물론이고 산기슭에서 엉덩이를 드러낼 때의 그 차가움이 나를 본래의 야성, 야생으로 이끄는 듯해. 화장지가 떨어질 때 쓰라고 둔 게 아니라 읽으라고 놓아둔 성경책도 있다. 군부대 설교 갔다 얻어온 손바닥 기드온 성경. 일 보다 읽을 게 없으면 성경책을 높이 들어. 커흐, 주님께 쏘리입니다요. 성경이 지루하면 쪼그려 졸기까지. 뒷간에서 사계절이 빙글빙글 돌 듯 예수님 스토리도 사복음서로 복잡 다양.

예수 생애를 기술한 교과서는 각양각색 4종. 마태, 마가, 누가, 요한. 예루살렘과 바티칸에서 확정고시한 단일하고 유일한 국정 따위 없다.

국정 화장실 수세식과 달리 비국정 푸세식에서 나는 지대한 수양 중. 나에게 도가 있다면, 이것은 전부 수양각에서 얻은 것. 내게 복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수양각에서 읽은 사복음서 덕분이리라. ‘수양이 모자라서’ 수양각을 매일 찾는다. 당신도 수양각이 한 채쯤 생기기를….

임의진 | 목사·시인 2015.11.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77 한희철 3082.새싹들 한희철 2018-02-15 145
9276 이현주 기적 이현주 2015-01-29 146
9275 이현주 쓸쓸하구나 이현주 2015-03-23 146
9274 필로칼리아 신비한 은혜가 주어짐 마크 2015-07-17 146
9273 한희철 바람이 불러도 한희철 2015-10-01 146
9272 임의진 [시골편지]부채춤 file 임의진 2016-06-05 146
9271 임의진 [시골편지]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file 임의진 2018-06-14 146
9270 김남준 조국교회의 주일성수 김남준 2018-08-04 146
9269 이현주 영혼과 메스 이현주 2015-01-21 147
9268 필로칼리아 상과 선물 마크 2015-04-30 147
9267 필로칼리아 작은 것 주고 큰 것 받음 마크 2015-06-01 147
9266 필로칼리아 악한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마크 2016-01-21 147
9265 이현주 새벽이슬에 젖어 이현주 2016-04-13 147
» 임의진 [시골편지] 수양이 모자라서 file 임의진 2016-10-03 147
9263 이현주 옛 임자 새 임자 이현주 2015-01-21 148
9262 이해인 바람의 소리 이해인 2015-02-09 148
9261 김남준 주일을 지킬 수 없는 직장이라면 김남준 2015-04-12 148
9260 김남준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김남준 2015-05-20 148
9259 필로칼리아 기도는 어머니 마크 2015-06-08 148
9258 김남준 시험에 드셨습니까? 김남준 2015-06-12 148
9257 김남준 목회자의 아내가 힘써야 할 일-말씀의 지식에서 자라감 김남준 2015-07-29 148
9256 김남준 환경을 뛰어넘는 기도생활 [1] 김남준 2015-08-14 148
9255 김남준 너는 누구냐? 김남준 2015-11-03 148
9254 김남준 마음의 필연성 김남준 2016-02-18 148
9253 이현주 성냥개비의 고백 이현주 2016-08-10 148
9252 김남준 마귀가 가장두려워 하는 것은 김남준 2018-03-19 148
9251 필로칼리아 종의 의무 마크 2015-05-21 149
9250 필로칼리아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 마크 2015-11-25 149
9249 필로칼리아 덕행과 시험 마크 2016-01-13 149
9248 임의진 [시골편지] 강철 새잎 file 임의진 2016-04-25 149
9247 김남준 사랑의 힘을 공급받아 김남준 2018-05-10 149
9246 필로칼리아 몸과 지성 마크 2015-06-08 150
9245 필로칼리아 우연이 아니다 마크 2015-07-02 150
9244 필로칼리아 재범 마크 2016-02-01 150
9243 이현주 화가의 손 이현주 2016-06-23 15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