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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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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954.
작은 행복
말씀을 준비하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필기구와 공책을
사러 길을 나선다. 바람도 쐴 겸 겸사겸사 일어섰지만 투정
이기도 하다. 잠깐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려는 것이다.
문방구 앞에 서점이 있어 반갑다. 참새 방앗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서점에 들러 시집을 산다. 게으르고 마른
텃밭에 단비 내렸으면.
문방구엔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다. 학생들 틈에 서서 설교
원고를 적을 때 사용할 필기구를 고른다. 설교문을 쓰기에
알맞은 필기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 것으로나
쓰고 싶지는 않다. 필기감을 확인해보는 작은 메모지에
‘물들다’를 몇 번 써 본 뒤, 0.5mm 같은 굵기의 같은 펜
다섯 개를 정했다. 밑줄을 그을 때 쓸 색연필 두 개도 골랐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색깔이 있어 반갑다.
이번엔 공책, 공책의 종류가 다양하다. 빈 공책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이것저것을 살펴 밑줄이 그어진 공책 두 권과
그냥 백지인 공책 네 권을 산다. 백지인 공책은 설교를
준비할 때, 밑줄이 있는 공책은 설교원고를 쓸 때 사용할
것이다.
계산대 앞에 와서 계산을 하니 모두가 이만 팔천 원, 백 원
한다는 봉지를 마다하고 공책과 펜을 손에 들고 문방구를
나서니 맘이 뿌듯한 게 부자가 따로 없다. 공책 몇 권과 몇 개의
필기구가 주는 행복, 잃고 싶지 않은 기쁨이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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