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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자장면을 사먹고 길을 걷는다
오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에게 숨기지 못하고
네가 내 오른뺨을 칠 때마다 왼뺨마저 내어주지 못하고
또 배는 고파 허겁지겁 자장면을 사먹고 밤의 길을 걷는다
내가 걸어온 길과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다
이제 막 솟기 시작한 푸른 별들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감히 별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들길을 걷는다
새들이 내 머리 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고
들녘엔 흰 기차가 소리 없이 지나간다
내 그림자가 기어이 나를 버리고 기차를 타고가 돌아오지 않는다
어젯밤 쥐들이 갉아먹은 발가락이 너무 아프다
신발도 누더기가 되어야만 인간의 길이 될 수 있는가
내가 사랑한 길과 내가 사랑해야 할 길이 누더기가 되어
아침이슬에 빛날 때까지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늙은 신발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사먹고 길을 걷는다
정호승 시<다시 자장면을 먹으며/신동아200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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