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저무는 이 한 해에도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2614 추천 수 0 2008.03.28 11:29:43
.........

이해인740


저무는 이 한 해에도


노을빛으로 저물어 가는 이 한 해에도
제가 아직 살아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음을
들녘의 볏단처럼 엎디어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새로이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제 마음의 하늘에 환히 떠오르는 주님,
12월만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에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시간의 소리들은 쓸쓸하면서도
그립고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 속에
초조하고 불안하게 서성이기보다는
소중한 옛 친구를 대하듯
담담하고 평화로운 미소로
떠나는 한 해와 악수하고 싶습니다
색동 설빔처럼 곱고 화려했던
새해 첫날의 다짐과 결심들이
많은 부분 퇴색해 버렸음을 인정하며
부끄러운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청정한 삶을 지향하는 구도자이면서도
제 마음을 갈고 닦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허영과 교만과 욕심의 때가 낀
제 마음의 창문은 게을리 닦으면서
다른 이의 창문이 더럽다고 비난하며
가까이 가길 꺼려한 위선자였습니다.
처음에 지녔던 진리에 대한 갈망과
사랑에 대한 열망은
기도의 밑거름이 부족해
타오르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침묵의 어둠속에서
빛의 언어들을 끌어 들이시는 주님
지난 한 해 동안 당신이 선물로 주신
가족, 친지, 이웃들에게
밝고 부드러운 생명의 말보다는
칙칙하고 거친 죽음의 말을
더 많이 건네고도
제때에 용서를 청하기보다
변명하는 일에 더욱 바빴습니다
제가 말을 할 때마다, 주님
제 안에 고요히 머무시어
해야 할 말과 안 해야 할 말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시고
남에 관한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하소서.


참된 사랑만이
세상과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음을
당신의 삶 자체로 보여주신 주님
제 일상의 강 기슭에
눈만 뜨면 조약돌처럼 널려 있는
사랑과 봉사의 기회들을 지나쳐 간
저의 나태함과 무관심을 용서 하십시오.
절절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암울한 시대'탓을 남에게만 돌리고
자신은 의인인양 착각한
저의 오만함을 용서 하십시오.


전적으로 투신하는 행동적인 사랑보다
앞뒤로 재어보는 관념적인 사랑에 빠져
상처 받는 모험을 두려워했습니다.
사랑하는 방법도 극히 선택적이며
편협한 옹졸함을 버리지 못한 채로
보편적인 인류애를
잘도 부르짖었습니다.


여기에 다 나열하지 못한
저의 숨은 죄와 잘못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당신의 이웃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제 작은 머리로는 다 헤아릴 수 없고
제 작은 그릇엔 다 담을 수 없는
무한대이며 무한량의 신(神)이신 주님,
한 해 동안 걸어온 순례의 길 위에서
동행자가 되어준 제 이웃들을 기억하며
사람의 고마움과 삶의 아름다움을
처음인 듯 새롭히는
소나무 빛 송년(送年)이 되게 하소서.
저무는 이 한 해에도
솔잎처럼 푸르고 향기로운 희망의 노래가
제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와
희망의 새해로 이어지게 하소서.


ⓒ이해인(수녀) <사계절의 기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97 임의진 [시골편지] 러브스토리 file 임의진 2011-03-16 2607
4796 필로칼리아 망각과 기억 최용우 2011-12-29 2607
4795 한희철 저만치 슬며시 한희철 2012-01-18 2607
4794 필로칼리아 돈을 사랑하면 최용우 2012-04-06 2607
4793 이해인 막달레나의 노래 이해인 2008-03-28 2608
4792 이해인 별아기를 생각하며 이해인 2008-03-28 2608
4791 김남준 하나님의 사랑이 밀려올 때 김남준 2012-01-17 2609
4790 이해인 당신은 우리에게 이해인 2008-03-28 2609
4789 한희철 명아주 지팡이 한희철 2002-04-18 2610
4788 홍승표 [조희선] 하느님 바보 [1] 홍승표 2005-02-15 2610
4787 이현주 사람 눈을 속일수는 있지만 이현주 2005-02-18 2610
4786 이해인 소나무 아래서 이해인 2001-12-29 2612
4785 한희철 2345.지금은 매를 맞아야 할 때 한희철 2007-11-17 2612
4784 이현주 착각하지 마라 이현주 2013-06-18 2612
4783 이해인 성탄 준비 이해인 2008-03-17 2612
4782 이해인 길 위에서의 기도 이해인 2008-03-28 2612
4781 이해인 고운말 쓰기 이해인 2005-07-07 2613
4780 한희철 아프니 맑구나 한희철 2012-01-18 2614
4779 이현주 소문을 옮기는 것과 목격한 바를 증언하는 것 이현주 2012-05-21 2614
» 이해인 저무는 이 한 해에도 이해인 2008-03-28 2614
4777 홍승표 [안도현] 나와 잠자리의 갈등 홍승표 2002-01-28 2615
4776 임의진 [시골편지] 설날 떡국 file 임의진 2010-03-17 2615
4775 홍승표 [도종환] 귀가 홍승표 2005-02-01 2616
4774 임의진 [시골편지]튀밥 file 임의진 2011-06-06 2616
4773 임의진 [시골편지] 토끼풀 file 임의진 2011-06-06 2616
4772 김남준 하나님과의 평강이 온유함의 비결입니다. 김남준 2012-01-10 2616
4771 이해인 앞치마를 입으세요 [1] 이해인 2005-08-24 2617
4770 한희철 2266. 비겁한 용기 한희철 2006-11-19 2617
4769 한희철 2310. 살아갈 이유 한희철 2007-10-08 2617
4768 이현주 왜 똑같이 대우하지요?(마20:1-16) 이현주 2012-03-22 2617
4767 한희철 1812. 사랑만이 할 수 있는일 한희철 2002-02-25 2619
4766 이해인 비 오는 날에 이해인 2008-03-28 2621
4765 임의진 [시골편지] 육식과 채식 file 임의진 2011-03-16 2621
4764 한희철 한희철 2012-01-18 2621
4763 홍승표 [정채봉] 처음에 마음으로 돌아가라 홍승표 2005-02-15 262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