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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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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빈 벽이 보이면 전시하고 남은 유화물감 그림들을 골라 걸어두곤 했는데 얼마 전에 모두 떼어버렸다. 창고에 집어넣으면 내가 죽고 없을 때까지 바람도 못 쐴 거 같아 그리한 일. 이때껏 맘 써줬으면 되었지 뭐. 이젠 창고 방에서 잠이나 푹 자거라 얘들아.
여행하다가 선물가게 들르면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달린 기념품을 고르곤 했었다. 그도 변덕이 생겨 한주머니 누구를 줘버렸다. 냉장고가 드디어 안도 밖도 깨끗하고 가난해졌어.
텅 빈 벽은 차분하고 고요할 뿐만 아니라 외롭기조차 하여라. 내가 오래도록 바라던 바라 흡족하다. 말이 시인이지 시집 한 권 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떠밀려서 글을 쓴 지 수십년 만에 첫 시집이 나오게 되었다. 부끄러워서 친구들에게만 몰래 읽어주고 말까 했는데. 사진을 찍자길래 안 찍으려고 예쁜(?) 수염도 싹 밀어버렸다.
그림 말고 사진 전시도 몇 번 했었지만 내가 액자 속 주인공은 아니었다. 설정하고 찍은 얼굴은 왜 그렇게 어색하고 낯간지러운지. 최근 어떤 생존 선승이라는 분의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온통 자신을 과시하는 초상뿐. 배가 산으로 가다가 급기야 우주로 가버린 듯. 다들 취향과 생각이 다른 것뿐일까. 인터넷 커뮤니티엔 일절 기웃거리지 않고 그 흔한 에스엔에스도 뭣도 않으니 나는 갈수록 인간관계가 협소해지고 있는 거 같다. 존영 미소지자에 시대적응 불량자. 이런 내가 어쩌다가 그래 글은 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사진을 ‘존영’이라 부르고 받드는 나라. 이런 일인숭배 국가에서 나는 적응불량 국제난민 같구나. 북쪽은 삼대에 걸친 김씨 일가 사진을 가가호호 걸어놓고 찬송 때마다 기가 막히지 않던가. 종교도 그렇게는 못할 걸. 남북이 딱~ 같은 취향에 비슷한 정신 수준 같다. 사랑하는 아들의 반명함판 사진이나 한 장 품에 품고 다니는 게 고작인 나는, 비루먹을 민중으로 짓밟히며 감시와 처벌을 달고 사는 우리들은….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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