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채식주의자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63 추천 수 0 2018.06.05 18:13:37
.........

l_2016052601003453900266981.jpg
삽으론 파고 호미로 긁고 낫으로는 친다. 녹음방초 우거진 뒷산. 사방이 짙은 푸름으로 덮여있어 귀신이랑 숨바꼭질해도 내가 이길 듯. 호미와 낫으로 길을 내고 꽃을 심어놓으니 사람 오가는 길임이 뚜렷해졌다. 이런 길을 걸으며 살고 싶었다.
기계영농의 시대에 나는 삽과 호미와 낫이 전부다. 욕심만 버리면 세월이 즐겁다. 죽으면 그만인 인생 왜들 그리 우당탕탕인지. 고요한 산막에 마음을 내려놓고 최소한의 소비로 살아간다.
꽃집 하는 후배 덕에 벼라별 꽃들을 불러다가 꽃밭을 채웠다. 밭에는 딸기를 몇 포기 심었는데 새들처럼 쪼아 먹고 있다. 열무 배추는 최참판 나리처럼 인심을 써가며 나눠 먹는 일이 재밌다. 채식주의자 정도가 아니라 채식보급자. 해 질 녘이면 삽과 호미와 낫을 깨끗이 도랑물에 씻어 대문에 기대어 둔다. 삽은 집을 지키는 장승만 같아라. 요새 대나무는 죽순을 밀어올리고 있는데, 하루가 다르게 키가 쑥쑥. 아이들처럼 우쑥부쑥 자라서 오지고 장하다. 죽순을 꺾어다가 삶아 먹기도 한다. 초장에 찍어먹으면 동동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오윤의 판화에서처럼 “있는 놈만 논답디까. 사람은 매 한가지. 도동동당동. 우라질 것 놉시다요. 지지리도 못생긴 가난뱅이 끼리끼리…”. 두세 사람 모이다가 ‘여럿’이 되고 ‘다 함께’가 된다. 그렇다고 날마다 시끄러운 건 아니다. 어제는 밭에서 산토끼를 만났다. 똥구멍으로 숨 쉬고 죽은 체해서 살았다는 나무꾼처럼 정말 숨도 안 내쉬고 날 훔쳐보더라. 토끼는 잘 먹고 잘사셔~ 하고는 병풍산 제 숲으로 달아났다. 토끼탕 파는 식당이 고개 넘어 가까운데, 그쪽으론 가지 말거라.
어영부영 놀다 보니 금방 밥 때. 옷과 밥과 집은 만드는 게 아니라 짓는다고 한다. 글도 쓰는 게 아니라 짓는 일, 글짓기라 하지. 허구한 날 풀때기 채식이고 팔자마저 채식주의자. 고기가 당기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벗들이 바쁘고 나는 뒷전. 채소 반찬에다 밥 짓고 글 짓는 저녁. 올드 팝 ‘문 라이트 플라워’가 달빛을 불러온다.
임의진|목사·시인


댓글 '1'

나무

2018.06.05 18:15:01

있는 놈만 논답디까. 사람은 매 한가지. 도동동당동. 우라질 것 놉시다요. 지지리도 못생긴 가난뱅이 끼리끼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27 이현주 죽은 나무 이현주 2017-01-24 63
10326 한희철 한 자리 변함없으니 한희철 2017-03-10 63
10325 한희철 씨앗 한희철 2017-03-10 63
10324 한희철 꽃사태 한희철 2017-05-24 63
10323 이현주 뜻이 통했다 이현주 2017-08-04 63
10322 임의진 [시골편지]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file 임의진 2017-08-09 63
10321 김남준 구원의 계획에 부합하게 살아가려면- 믿음 안에 거해야 김남준 2017-09-07 63
10320 김남준 교회를 위한 소명은-구원의 계획을 따라 살아감 김남준 2017-09-07 63
10319 임의진 [시골편지] 맨발의 톨스토이 file 임의진 2017-12-05 63
10318 김남준 절대 의존의 마음 김남준 2017-12-14 63
10317 김남준 자기 자신 지키기 김남준 2018-02-22 63
» 임의진 [시골편지] 채식주의자 file [1] 임의진 2018-06-05 63
10315 김남준 우리의 십자가 김남준 2018-07-02 63
10314 김남준 주일 에배를 통하여 김남준 2018-09-18 63
10313 임의진 [시골편지] 간장 종지 file 임의진 2018-11-12 63
10312 김남준 하나님이 우주만물의 왕이심 김남준 2019-02-26 63
10311 김남준 메시아에 대한 약속 김남준 2019-04-22 63
10310 임의진 [시골편지] 판문점 와이파이 비번, 99882314 file 임의진 2019-07-10 63
10309 김남준 예수님께서는 거저 주시는 자신의 잔을 받을 자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김남준 2020-01-22 63
10308 김남준 움켜쥐었던 손을 펴게 될 때 김남준 2020-05-12 63
10307 이현주 저마다 제 꿈에서 이현주 2020-06-09 63
10306 이현주 인생 이현주 2021-02-09 63
10305 이현주 속으로 들어가서 이현주 2021-05-15 63
10304 한희철 모두가 사는 길 한희철 2024-01-03 63
10303 이현주 내가 이현주 2016-08-26 64
10302 한희철 봄꽃 -추위와 한희철 2017-03-02 64
10301 한희철 빛을 꿈꾸는 자 한희철 2017-04-09 64
10300 이현주 피할 수 없는 길 이현주 2017-05-23 64
10299 이현주 어쩔거나 이현주 2017-07-28 64
10298 이현주 귀여운 사람들 이현주 2017-08-04 64
10297 이현주 어쩌면! 이현주 2017-08-14 64
10296 임의진 [시골편지] 말귀가 통하는 사람 file 임의진 2017-12-01 64
10295 한희철 내 길을 한희철 2018-01-10 64
10294 김남준 군사로 부르심 김남준 2018-01-27 64
10293 김남준 부상을 치료하시는 하나님 김남준 2018-03-19 64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