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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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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를 식히는 비바람에 나도 모르게 말뚝잠. 엄마 무르팍에 누워 있었더라면 귀 청소를 청했겠다. 엄마 품에서 강아지처럼 콜콜 잠들었겠지. 어려서 집에 수수 빗자루, 갈대 빗자루, 싸리 빗자루… 교회에 딸린 목사관은 창고나 진배없어 빗자루를 비롯해 물걸레자루까지 무슨 청소용역 수준이었다. 만날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청소’. 예배가 끝나면 어머니와 함께 집에 빨리 가지 않아도 되는 과부 아주머니 몇, 똘마니인 나는 부지런히 교회당 곳곳을 청소했다. 지금도 내 취미와 특기는 청소. 아버지 목사님과 장로님들은 부지런히 새 빗자루를 손수 만들어 공급하셨다. 그중에 얇실얇실한 갈대 빗자루에서 뚝 하니 한 줄기를 뜯어다가 서랍에 넣어두곤 가끔 가느다란 그걸로 귀를 후벼주셨다. 귀지를 파내려는 게 아니라 간질이는 용도로. 이비인후과 병원에선 나무랄 소리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 귀는 너무 밝아 음악을 가려듣고 누가 내 흉보는 소리를 하면 천리만리라도 다 들린다.
코딱지는 새끼손가락으로 무지막지하게, 새빨간 코피가 나도록 파대지만 귀는 무서워서 아예 손을 못 댄다. 귀는 엄마가 있어야 해. 아니면 누나나 언니가. 커서 애인이 생기면 엄청 아부를 떤 뒤에야 귀를 맡기는데 이게 시원찮으면 빨랑 헤어지는 게 낫다. 무릎에 머릴 누이고 귀 청소까지 안심서비스. 그런 짝꿍을 그대 가졌다면, 짱~ 부럽소이다.
경상도에 ‘안득기’라는 이름의 야구선수가 있었다.
“니는 이름이 뭐꼬?” 감독님이 묻자
“안득낍니더”
“야 이 자슥 봐라. 안득낀다고?”
“네 안득낍니더.”
감독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야구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감똑님예. 야 이름이 진짜 안득낍니더.” 코치까지 나서서 말렸다는 얘기.
요즘(2016.6.9일) 정부·여당을 볼라치면 귀 청소를 하시라 귀띔해주고 싶다. 안득기가 분명히 계시는갑다.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려면 먼저 귀 청소부터 해야 할 일이다. 기가 막힌 것인지 귀가 막힌 것인지, 아무튼 뭐가 하나 가운데 단단히 막혀 있지 않고서야….
임의진 ㅣ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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