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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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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허브농사를 제법 보암직하게 지었다. 문 열면 덥석 잡히는 곳, 애플민트 풀떼기 몇 장이면 사탕수수 럼을 붓고 모히토(럼을 베이스로 라임즙 등을 넣어 만든 칵테일)를 말아 마실 수 있는데 따로 밭까지 진출해가며 욕심을 좀 부려본 것이다. 라임 대신 구하기 쉬운 레몬을 사다가 냉동실에 곱게 잘라 넣어두기도 했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누가 싱싱한 라임을 구해다 주어 라임오렌지 나무가 아니라 라임오렌지 냉장고가 부엌을 차지하게 되었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한낮에 브라질이나 쿠바 사람들처럼 얼음 둥둥 뜬 모히토로 기분을 업~해주면 어디서 허리케인이 부는지 싶을 정도다.
브라질에선 개구지고 말썽만 피우는 아이를 카페친냐라 부른다. 악마라는 카페타에서 나온 말. 카페친냐는 그저 장난이나 치는 수준이지 어디 인생에 해를 끼치는 사악한 존재는 아니다. 카페친냐 귀염둥이 악동 제제의 이야기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당신도 기억하시리라.
“형아! 나는 에드문두 아저씨처럼 만물박사가 되고 싶고 또 시인도 되고 싶어. 나비넥타이를 매고 다닐래. 나비넥타이를 매고 사진도 찍을래. 시인은 나비넥타이를 매야 돼. 아저씨가 잡지에 난 시인들 사진을 보여줬는데 모두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어.”
직장을 잃은 아빠, 공장에 나가는 엄마, 가난한 집안 형편이지만 제제는 나비넥타이를 맨 시인이 되고 싶어 했다. 아이는 제 키만 한 라임오렌지 나무를 친구 삼아 놀며 소원을 빌었다.
“진정으로 삶을 노래하는 시는 꽃이 아니라 물 위에 떨어져 바다로 떠내려가는 저 수많은 이파리 같은 것이지.”
제제는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어린 나이에 말이야. 위험과 슬픔, 어려움이 연속인 거친 바다. 이파리들의 모험 같은 항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임을 말이다. 한편 나비넥타이의 멋진 ‘위풍당당’도 잃지 말자구나. 나는 멋진 사람이 좋다. 당신은 안 그런가? 나는 멋진 시인이 좋다. 당신은 안 그런가? 나는 멋진 아이들이 나무처럼 자라나는 멋진 나라에서 살고 싶어.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배불뚝이 부자와 허깨비 스타가 되고 싶어 안달인 아이들 얘긴 너무 슬프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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