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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풀벌레 캠핑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61 추천 수 0 2018.08.28 22: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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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반찬도 없고 하여 면소재지 함바집에 들러 백반을 사먹었다. 혼자서 테이블을 차지하고 먹으니 아짐이 째려보며 빨리 먹고 나가라 눈치가 사나웠다. 참견쟁이들 걸핏하면 하는 소리 “아따메 날도 더운디 씨염 조깐 자르쇼잉” 하지 않음만도 고마웠다. 암튼 급체할 뻔했다. 나간 김에 마트에 들러 수박도 한 통. 좋은 상품은 도시민들에게 죄다 가버리는지 번번이 사먹은 수박마다 맛이 밍밍하고 싱거웠다. 이 살인더위에 수박 한 통 사려고 대처까지 나갈 기력이 이젠 없다. 날마다 열대씩 곤장을 맞는다는 열대야. 오늘도 곤장 열대야. 단물 빠진 수박이나 씹으며 산골에 눌러앉아 궁둥이 쓰라린 설움이나 달래련다.
대자리에 누워 매미소리가 좔좔 자장가다. 청대를 잘라 엮은 대자리는 나만의 차가운 북극 얼음침대. 재미삼아 잔디마당에 텐트를 치고 대자리도 옮겨 놓았다. 마당에 밥상을 차리고 앉아 밥을 먹자니 방에서는 느끼지 못한 산바람이 별스럽더라. 풀냄새 향긋하고 풀벌레소리도 우렁차. 밤사이 소낙비가 내린다면 좋겠어. 싱 잉 인 더 레인!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풀벌레 캠핑.
원령공주의 섬에 다녀온 뒤부터 깨달은 바가 있어 정말 부지런히 꽃밭에 물을 준다. 언제 비가 내릴 것을 믿고 모른 체 내버려 둘 것인가. 샘에 물이 있을 때 꽃들과 사슴, 어린 강아지들과 나누어 마셔야 한다. 어린이와 동물을 사랑했던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우리 셋이서 풀벌레 캠핑을 한다면 내 친구의 집은 바로 이 마당에 친 텐트일 게다.
마당 한쪽에다 찜용 코펠을 설치하고 장작불을 모아 옥수수와 감자를 쪘다. 개들이랑 먹으려고 어묵도 한 솥 끓였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살림들이 장난이 아니게 늘어만 갔다. 냄새를 맡은 야옹이들이 귀신 울음소리를 내면서 몰려들고, 모기떼는 종아리를 인정사정없이 빨아댔다. 캠핑은 딱 하루만 신나다가 심심하고 괴로워졌다. 다음 캠핑은 멀리 계곡물에 몸 담그며 할리우드 아니 홀라당우드 애인들이랑 찐하게 해야 쓰겠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6.07.27


댓글 '1'

나무

2018.08.28 22:43:12

한국인들에게 혼밥은 안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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