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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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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에 있는 판화가이자 정치만평가 ‘포사다’ 아저씨 박물관. 전 세계 화가나 저널리스트에겐 성지라 할 만한 곳이겠다.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는 판화, 만화, 책표지 등을 통해 정치풍자로 민주화 투쟁에 뛰어든 화가. 해골을 주인공 삼은 판화를 많이 남겼는데, 멕시코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예쁜 해골미인 카트리나도 그의 창조물이다. 길에서 성당 행사 무리에 낀 마리아치 악단을 덜컥 만났다. 누렁이 강아지들이 졸졸 뒤를 따랐다. 한국에 민주화를 외치는 촛불 행렬이 있다면, 이 땅엔 바나나를 닮은 금빛 트럼펫을 앞세운 팡파르 행렬이 있다.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넓은 챙을 가진 모자 솜브레로를 쓴 유랑 악사들. 흑인 음악이 지배하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인디헤나(인디언의 높임말)들의 음악이 서양음악과 혼합되어 남은 마리아치 음악. 이들의 노래엔 만개한 사랑과 축복, 지울 수 없는 작별의 슬픔까지가 고스란히 버무려져 있다.
내친 발걸음에 마리아치의 고향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북부까지 흘러왔다. 이곳 마리아치 광장에서 맘껏 ‘생음악’을 듣고 싶어서였다. 특히 화가 프리다 칼로의 애창곡이었던 ‘팔로마 네그라’, 검은 비둘기라는 뜻의 노래. 여자 마리아치가 불러야 제맛이지. 무당 굿판을 열지 않았는데도 소원 성취. 나는 내 인생을 그냥 ‘굿(Good)’에 두고 사는 사람. 그러니 무슨 굿판이 따로 필요하겠는가. 마리아치 광장에 가득 울려 퍼진 이름 모를 여자 마리아치의 노래는 비둘기처럼 날아갔다. 노래를 마친 악단은 악기들을 골목 길바닥에 부려놓고 쉼을 가졌다. 값비싼 악기들을 사 모아 신줏단지 모시듯 애지중지하는 음악인들. 길 위의 악사 마리아치를 만나게 된다면 쥐구멍을 찾게 될 것이다. 새벽까지 마리아치들은 세레나데를 들어줄 연인들을 기다리며 그 광장 어귀에서 서성이겠지. 한 곡에 100페소면 세레나데를 청해 들을 수 있다. 마리아치도 생계는 유지해야 하니까. 다음엔 사랑하는 여인과 손잡고 오리라 마음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돈을 번다면, 모두 다 노래를 청해 듣는 데 써버리고 싶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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