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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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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 폭설의 섬, 북해도를 방문했다가 어떤 가게에서 앙증맞은 보온병 하나를 발견. 요새 유행하는 롱패딩,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가 입을 법한 긴 옷, 거기 호주머니에 들어가면 딱 좋을 만한 크기. 즐겨 마시는 레몬차 자몽차 모과차 그리고 커피도 담아 가지고 마시는데, 그래 요즘 내 호주머니는 항상 따뜻하고 훈훈하다. 당신도 한번 손을 넣어보세요.
체코의 소설가 보후밀 흐라발의 장편 <너무 시끄러운 고독>. 지하 작업장에서 노자의 <도덕경>을 압축기로 분쇄하며 겪는 감상. 예수와 노자가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는 듯한 장면들. 지하저장고 수제 맥주관이 전 세계로 배급되는 상상을 해봤다. 체코 대통령은 그런 거나 좀 하지 뭐하시나. 나도 거기다 기다란 관을 하나 연결할 수 있다면 기분이 째지겠다. 여름에는 체코산 맥주를, 겨울에는 따뜻한 북해도 온수와 차를 그렇게 제공받고 싶다. 집집마다 붉은색 수도꼭지를 틀면 콸콸 쏟아지는 더운 물.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건 더운 물 덕분이지. 옮긴이의 말까지 읽고 책을 덮었는데, “자유나 저항 같은 거창한 단어보다 연민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자유나 저항이 맥주 같다면, 연민은 더운 물, 따뜻한 차 한 잔. 보온병과 입을 맞췄다. 여자 말고 보온병이랑 올겨울 참 많은 키스를 나누고 산다.
따스운 방에만 머물면 알 수 없는 고마움. 겨울산행을 할 때나 바깥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보온병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맛 좋고 향 좋은 차가 꼭 아니더라도 온수 한 잔에 번지는 온기. 추운 밤 촛불광장에서 나누는 음료들도 그렇다. 가슴마다 덥혀주는 온기. 사람에 대한 정성과 연민은 오래오래 우리들을 인간으로 빛나게 만들어줄 것이다. 별들이 빛나는 건 온기 있는 생명체들이 살기 때문. 온기를 잃으면 어둠 속으로 영영 사라지고 말리라.
임의진 목사·시인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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