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분홍 스웨터 구름과 별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06 추천 수 0 2019.04.15 23:53:18
.........

l_2017091401001742500144491.jpg

구름이 없다가 오늘은 다시 구름이 꼈다. 낮에는 하얗다가 노을이 스며드는 저녁때면 분홍빛으로 바뀌는 구름. 바라보자니 분홍 스웨터를 입은 윤 초시네 증손녀딸이 생각난다. 갈밭 사잇길을 갈꽃 꺾어 들고 함께 걷던 소년과 소녀.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 이야기. “산이 가까워졌다. 단풍잎이 눈에 따가웠다. ‘야아!’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근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따가운 가을 햇살만이 말라가는 풀냄새를 퍼뜨리고 있었다.” 소녀는 병상에서 죽으며, 땅에 묻힐 때 분홍 스웨터 그대로 입혀 달라고 했었다지. 스웨터에는 풀냄새 꽃냄새, 소년의 등에 업혔다가 옮은 검붉은 진흙물도 함께.
밤에는 구름 뒤로 수십억광년 먼별이 반짝거린다. 황순원의 다른 소설 <별>은 엄마 생각에 눈물나게 한다. “하늘에 별이 별나게 많은 첫가을 밤이었다. 아이는 전에 땅위의 이슬같이만 느껴지던 별이 오늘 밤엔 그 어느 하나가 꼭 어머니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수많은 별을 뒤지고 있었다.”

먼별이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은, 고작 6000년이 아니라 6억년, 60억년 오랜 세월을 빛의 속도로 부지런히 달려온 것이렷다. 상식 밖의 얼토당토않은 유사과학 창조과학이 아니라 오래 묵은 사랑인 은하의 별들. 수수한 꽃별들의 사랑 얘기. 분홍 스웨터 입은 소녀도 별이 되어 수십억광년 성운 속에서 반짝거린다. 교리나 교조가 아닌 사랑들로 세상엔 노란 마타리꽃이 피어나고, 그 노란 양산과 우산으로 따가운 햇살과 소나기를 피했던 인생. 소녀는 분홍 스웨터 구름이 반짝거리는 서녘에 서서 ‘해로운 신앙’이 아닌 ‘온기 있는 사랑’으로 소년을 기다려주겠지. 사랑하는 사이들은 결국 만나게 되어 있다. 그립고 그리운 것들마다 은총 있으라. 만나면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내 사랑. 노란빛 분홍빛 꽃들과 별과 구름으로 벙그러진 대우주. 눈에 보이지 않는 백색왜성, 중성자 별이라도 분홍 스웨터 입은 소녀를 서녘 노을에서 만나듯 결국엔 깜짝이야, 만나게 되리.

임의진 목사·시인
 2017.09.1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97 김남준 청장년 교구사역은 뛰어난 지도력 필요합니다. 김남준 2015-08-07 106
9696 김남준 인간 존재의 위대함 김남준 2015-10-13 106
9695 필로칼리아 거짓 참소 마크 2015-10-21 106
9694 필로칼리아 방종 마크 2015-10-31 106
9693 필로칼리아 장래의 축복을 기대하면서 마크 2015-12-02 106
9692 필로칼리아 허물과 충고 [1] 마크 2015-12-12 106
9691 이현주 달맞이꽃 이현주 2016-04-06 106
9690 이현주 석방과 탈옥 이현주 2016-06-10 106
9689 이현주 그림자의 길 이현주 2016-10-06 106
9688 이현주 사람 얼굴 이현주 2016-11-04 106
9687 이현주 위로 흐르는 물 이현주 2016-12-20 106
9686 이현주 나는 미꾸라지 이현주 2017-08-21 106
9685 한희철 3055.걸으니 비로소 한희철 2018-01-11 106
9684 임의진 [시골편지] 쑥국 쑥떡 file 임의진 2019-02-10 106
9683 김남준 이사야서 53장 file 김남준 2019-04-12 106
» 임의진 [시골편지] 분홍 스웨터 구름과 별 file 임의진 2019-04-15 106
9681 필로칼리아 단순 마크 2015-06-15 107
9680 필로칼리아 생각 검증 마크 2015-07-09 107
9679 필로칼리아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마크 2015-09-13 107
9678 김남준 잘 사는 것 최용우 2015-10-20 107
9677 필로칼리아 균형 마크 2015-12-27 107
9676 김남준 물질과 정신 김남준 2016-01-26 107
9675 이현주 관성의 법칙 이현주 2016-08-20 107
9674 이현주 옛길 이현주 2016-11-04 107
9673 한희철 제 집 버리지 못하는 달팽이처럼 한희철 2017-03-16 107
9672 김남준 아내의 덕목-복종 김남준 2018-04-23 107
9671 김남준 최고의 가치 김남준 2018-05-21 107
9670 필로칼리아 분심 떨쳐버리기 마크 2015-08-13 108
9669 필로칼리아 소망이 있으면 마크 2015-09-13 108
9668 김남준 우리를 진정으로 사랑하시기 때문에 김남준 2015-09-22 108
9667 필로칼리아 당연한 일 마크 2015-10-21 108
9666 필로칼리아 진리를 위해 수치와 학대를 받는 사람 마크 2015-12-02 108
9665 이현주 햇살과 풀잎 이현주 2016-04-13 108
9664 이현주 착각하지 마라 이현주 2016-05-30 108
9663 이현주 무능과 모자람 이현주 2016-06-17 10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