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뿜는 담배연기 끝에 희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고요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부른다. 그리운 옛날을 부르느나 부르느나. 흘러간 꿈을 찾을 길 없어 연기를 따라 헤매는 마음. 사랑은 가고 추억은 슬퍼 블루스에 나는 운다. 내뿜는 담배연기 끝에 희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조우는 푸른 등불 아래 흘러간 옛사랑이 그립다. 조그만 찻집에서 만나던 그날 밤 목메어 부른다. 그리운 옛날을 부르느나 부르느나. 소리에 실은 장미화러냐. 시들은 사랑 쓸어진 그 밤. 그대는 가고 나 혼자 슬퍼 블루스에 나는 운다….”
남미에서 가장 이름난 다방을 가봤다. 아르헨티나 하고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를 추다가 구경하다 어찌 저찌 하다가 토르토니(Tortoni)라는 수백년 된 다방에 들어섰다. 가르델의 유성기판 탱고 노래들이 흐르는데, 나는 뜬금없이 이난영의 노래 ‘다방의 푸른 꿈’이나 ‘할빈(하얼빈) 다방’이 듣고 싶었다. 그런 오래되고 센스 있는 다방이 서울이나 울 동네 어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야흐로 아이스커피의 계절. 걱정하는 척 남 흉이나 보고 앉아 있는 속인들 말고 손해만 보고 사는 맘 착한 친구랑 앉아 수다를 떨고파라. 편하고 순정한 다방이 어디 있나.
이브 라발리에는 십대 때 파리에 당도한 인기 절정의 여배우였다. 어느 날 갑자기 산속 마을로 숨어버렸다. 동네 병원을 도우며 화장기 하나 없이 지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녀는 튀니지에 찾아가 병자를 돌보기도 했다. 사연을 알게 된 영화계는 안달이 났다. “나는 파리에 돌아가지 않을래요. 파리는 많은 걸 안겨주었지만 행복을 주진 않았어요.” 라발리에는 장미꽃이 만발한 시골 다방에 앉아 시집을 읽고 드뷔시의 ‘달빛’을 들었다. 가장 부자였다가 가장 가난한 재속 수도자가 되었다. 소리에 실은 장미화. 성모 마리아에게 꽃을 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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