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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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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개들이 팔자가 가장 좋고 다음은 고양이 순. 우리 동네엔 명물 진돗개 말고도 잡종 ‘암시랑토 안하당개’와 ‘쉬었다 가시랑개’가 있다. 천하대장군 개들이 누워 계시는 골목길. 비켜! 해도 안 비킨다. 아쉬운 내가 비켜서 돌아가야지. 사람 입맛들 고급이 되고, 안방 침대에 모셔진 개들이 늘면서 보신탕집은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 수술하고 나온 할매들도 달달한 커피와 양송이 수프를 찾는다. 개들아. 좋은 시절이니만큼 마을을 지켜다오.
소재지 호프집엔 생맥주가 동이 나고 있다. 이쪽 사람들은 ‘거시기’ 하면서 삼행시로 건배를 한다. 거절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기쁘게! 미남미녀들은 모두 서울로 가버리고, 대충 생긴 우리들끼리라 그다지 기쁘진 않다. 아이슬란드에선 “스카울!” 바이킹의 후예답게 큰소리로 건배를 나눈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놀자는 뭐 그런 뜻이겠지.
듣자하니 제주도는 개발 새발, 또다시 나무 학살극. 가장 아름답던 비자림로를 깡그리 밀어버렸다고 한다. 거기다 뻥 뚫린 사차선을 만든다는 계산. 제 정신들인가. 제주도 도지사는 도로아미타불의 그 도인가. 생태와 민주라는 역사의 흐름을 못 읽고 자본의 망나니 춤에 놀아나다보면 신기방기하던 오즈의 마법사라도 ‘오지의 맙소사’가 되고 말 일.
간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50개의 섬들을 다룬 유디트 샬란스키의 <머나먼 섬들의 지도>를 보았다. 북극해,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남극해까지 이름도 모르는 섬들. “나는 지도책과 함께 자랐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책. 이스터 섬과 로빈슨 크루소 섬 정도는 알겠더라.
대서양의 브라바 섬 항구, 선술집에서 울리는 노래란다. “누가 너와 함께하나. 이 긴 길을. 누가 너와 함께하나. 이 먼 길을. 상투메로 가는 이 길. 소다데(그리움), 소다데. 내 고향 성니콜라우. 내게 편지를 쓰면 나도 답장 쓸 거야. 네가 잊는다면 나도 널 잊을 거야. 소다데, 소다데. 내 고향 성니콜라우, 내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아몬드나무, 대추야자나무, 코코넛나무 아래서 부르는 노래. 가깝거나 먼 섬들이 모두 암시랑토 안 하고, 쉬었다 갈 만한 섬, ‘소다데’로 남는다면 좋으련만. 거시기 스카울! 그런 날을 위하여.
임의진 목사·시인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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